80년대로 들어가는 문을 열다
창신동 완구거리에 숨은 보물처럼 있는 동심쇼핑센터. 안으로 들어가면 어린 시절의 추억과 만난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09.08
- 골목
- 창신동 문구완구거리



창신동의 완구거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은 높이다. 층층이 쌓인 상품들이 만드는 벽이 방문객을 압도한다. 하지만 그 거리를 천천히 걸어 내려가다 보면, 눈에 띄는 가게 하나를 만난다. 다른 곳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른 외관을 가진 동심쇼핑센터다.
입구 앞에서 먼저 발걸음이 멈춘다. 여행객들이 사진을 찍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나무로 된 간판과 입구의 디자인이 이 건물이 얼마나 오래 이 자리에 있었는지를 말해준다. 그 앞에서 기다리는 것은 80년대로 시간여행을 하는 경험이다.
사장의 취향이 켜켜이 쌓인 공간
안으로 들어가면 천장부터 바닥까지 나무로 만든 선반들이 있다. 그 위에는 옛날 장난감들이 질서 있게 배치되어 있다. 영화 포스터, 오래된 과자 봉지, 빈티지 스티커들이 벽을 덮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사장의 손에 의해 신중하게 선택되고 배치된 것들이다. 가게 구석구석을 보면 수십 년을 이 일을 해온 사람의 관심과 애정이 읽혀난다.
피규어들이 선반 위에 서 있다. 못난이 인형이라 불리는 추억의 장난감, 옛날 아이스크림 모양의 주먹 펀치, 학창 시절 교실에서 봤을 법한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다. 어떤 것은 팔기 위한 것이고, 어떤 것은 그저 좋아서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이 이 가게를 특별하게 만든다. 상품 목록이 아니라 한 사람의 기억과 취향이 벽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세대를 잇는 방문
어른이 들어오면 먼저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선반에 놓인 물건들 하나하나가 기억을 깨운다. 그 옆에 있는 아이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다. 처음 보는 이 장난감들, 이 스타일, 이 가게의 분위기가 모두 신기하고 신나는 것들이다. 이 대비 자체가 가게의 가치다. 한 공간에서 두 세대가 각각 다른 즐거움을 느낀다.


여러 걸음이 겹치는 자리
이 가게 앞에 닿는 길은 저마다 달랐습니다. 어떤 방문객은 동묘 완구거리를 처음 걸으며 우연히 이 문 앞에 섰다고 적었습니다. 어렸을 적 문방구에서 보물찾기를 하던 기분으로 안으로 들어섰고, 인파 옆으로 놓인 불량식품과 추억의 장난감들 사이에서 옛날 캐릭터 피규어를 보고는 한참 눈을 떼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또 다른 방문객은 동묘역 근처를 걷다가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서야 이 가게의 존재를 알았다고 했습니다. 줄은 생각보다 빠르게 줄었고, 안으로 들어서니 물건을 파는 가게라기보다 작은 레트로 전시관을 구경하는 기분이 들었다고 적었습니다. 아톰과 마징가Z처럼 낯익은 얼굴들 옆으로 오래된 전화기와 카세트테이프, 옛날 담배 패키지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고도 전합니다.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온 한 방문객은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저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고 적었습니다. 사십대인 그에게는 어릴 적 학교 앞 문방구에서 친구들과 용돈을 들고 구경하던 기억이 자연스레 떠올랐고, 옆에 선 아이들에게는 하나같이 처음 보는 신기한 물건들이었습니다. 사람이 나오면 다음 사람이 들어가는 방식으로 혼잡을 조절할 만큼 붐비던 날이었지만, 그렇게 기다려서라도 들어갈 만한 곳이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이 가게가 어떻게 지금의 모습이 되었는지를 알려 주는 방문객도 있었습니다. 완구거리 대표 매장 세 곳을 비교한 글에서, 아버지가 모아 오신 물건을 아들이 이어받아 이 대째 운영하고 있는 장난감 매장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습니다. 선반 위에 쌓인 물건들이 그냥 사들인 상품이 아니라 한 집안이 대를 이어 지켜 온 컬렉션이라는 뜻이었는데, 그 말을 듣고 나면 진열장을 보는 눈이 달라집니다. 인형 옷 입히기 장난감 앞에서 초등학생 시절을 떠올렸다는 그 방문객은, 아톰 세대는 아니지만 아톰 피규어가 반갑더라는 말도 남겼습니다.


원래 가려던 문구점이 문을 닫아 헛걸음할 뻔했다가 우연히 이 가게를 발견했다는 방문객도 있었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이었는데, 입구에서부터 고전이 흐르더라고 적으며 옛날 불량식품들이 장식이 아니라 실제로 사 먹을 수 있는 진짜 물건이라는 점에 놀랐다고 했습니다. 아이와 함께 온 다른 방문객은 아이보다 부모 쪽이 더 신나 했다고 전했는데, 어릴 때 먹던 간식과 장난감을 오랜만에 마주하며 둘러보는 재미가 있었다고 적었습니다. 같은 진열장 앞에서도 누군가는 우연히 발견한 반가움을, 누군가는 대를 이은 시간의 무게를 읽고 있었습니다.
동심쇼핑센터
완구점창신동 완구거리의 한구석에 있는 완구점. 80년대 분위기의 인테리어와 사장의 센스 있는 물건 배치가 특징이다. 어린 장난감부터 추억의 물건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찾는 곳이다.
나무로 된 천장과 선반들로 가득 차 있고 벽에는 옛날 영화 포스터나 오래된 포장지 같은 빈티지한 소품들이 붙어있어서 80년대 가게에 들어 온 것 같아요.
- 주소
- 서울 종로구 종로52길 25 1층
- 영업
- 매일 10:00 ~ 19:00 (매장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
- 가격
- 상품별로 상이, 주차 1시간 4,800원
- 비고
- 완구 도매 및 소매, 빈티지 소품 판매
동심쇼핑센터는 완구거리의 부분이지만, 거리와는 다른 속도로 흐르는 공간이다. 거리의 소음과 북적임 속에서 이 가게 안은 조용하고 정적이다. 물건 하나를 집어 들고 보고, 생각해보고, 결정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런 경험이 요즘 대형 상점에서는 드물다. 그것이 이 작은 가게를 찾는 이유다.
추억을 파는 곳이 아니라 공유하는 곳
이 가게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물건만이 아니다. 사장의 태도다. 팔려고 하지 않는 것들도 있다. 단지 예쁘다는 이유로, 좋다는 이유로 두고 있는 것들이다. 그것은 장사가 아니라 공유에 가깝다. 내가 아끼는 것을 보여주고, 함께 즐기자는 제안이다. 방문객들이 사진을 찍고, 물건을 집어 들고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모두 이런 분위기 때문이다.
창신동의 역사는 옷을 만드는 손에서 시작됐고, 지금은 완구를 파는 거리로 변했다. 그 변화 속에서 동심쇼핑센터 같은 가게들이 남는다. 이들은 단순히 물건을 팔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동네의 시간을 간직하기 위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가게 안의 모든 것이 그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