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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냄새와 맷돌 소리

광장시장의 오후는 구체적이다. 맷돌을 도는 손의 움직임, 기름에 튀겨지는 소리, 고기를 싸는 종이의 스르륵한 느낌. 백 년이 남긴 감각들.

alleymag.
발행
2026.09.08
골목
광장시장
기름 냄새와 맷돌 소리
SCENE 01 : 감각의 입구
▲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88 · 2026.07 / 사진 cafeinfofam · https://blog.naver.com/cafeinfofam/224354880107 장마철 비 오는 날에도 광장시장 먹자골목은 불이 꺼지지 않습니다. 온갖 전과 튀김이 빨간 바구니 위에 쌓여 있고, 그 앞으로 사람들이 앉아 젓가락을 듭니다. 냄새가 먼저 붙잡는 자리라고, 골목을 지나던 블로거는 그렇게 적었습니다.

광장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냄새가 정면으로 밀려온다. 고소한 기름 냄새와 맷돌에서 나는 녹두 내음이 섞인다. 그 냄새는 단순한 냄새가 아니라, 여러 세대를 이어온 작업의 냄새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것이 집의 냄새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 냄새를 이루는 것은 한 가지가 아니다. 기름의 고소함, 녹두의 구수함, 다진 마늘과 파의 알싸함이 겹겹이 쌓인다. 거기에 아주 살짝 탄내가 섞이기도 한다. 완벽하게 태우지 않으려는 상인의 손끝에서도 그 정도의 탄내는 피할 수 없다. 그 미세한 탄내마저 이 시장 냄새의 일부가 되었다.

시장의 음식을 먹기로 결심하는 순간은 대개 그 냄새 다음이다. 코로 먼저 흡수하고, 그 다음에 입이 원한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많지만, 냄새가 주는 이끌림을 무시할 수는 없다.

맷돌이 도는 소리

맷돌의 소리는 리듬이다. 돌돌돌, 계속 같은 음으로 울린다. 이 소리는 기계음이 아니다. 손이 만드는 음이다. 손의 힘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같은 맷돌이라도 도는 사람에 따라 소리가 다르다.

그 소리는 백 년 동안 계속 울렸다. 세대가 바뀌어도 같은 자리에서 같은 소리가 났다. 어떤 아이는 그 소리 안에서 자랐을 것이다. 어떤 어른은 그 소리가 집과 가난의 냄새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맷돌 소리는 시장의 다른 소음들과 섞이면서도 묻히지 않는다. 흥정하는 목소리, 그릇 부딪히는 소리, 발걸음 소리 사이로 낮고 꾸준한 리듬이 계속 깔린다.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놓치기 쉽지만, 한 번 그 소리를 알아채고 나면 시장 전체가 그 박자에 맞춰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SCENE 02 : 좌판의 손
▲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88 · 2026.09 / 사진 wldud12051 · https://blog.naver.com/wldud12051/224399231152 국수집과 만두집이 나란히 붙은 좌판. 손이 쉼 없이 움직이며 꼬치를 뒤집고, 찜통에서는 만두가 계속 올라옵니다. 한 사람의 손이 멈추면 뒷사람의 주문이 밀립니다. 그 리듬이 시장의 속도를 만듭니다.

기름 속에서의 변신

녹두 반죽을 기름에 부으면 그 순간부터 다른 것이 된다. 형태를 갖추고, 냄새가 피어오르고, 색이 변한다. 그 변신은 초 단위로 일어난다. 너무 오래 두면 타버리고, 덜 하면 덜 익은 맛이 난다. 그것을 맞추는 것은 경험이다.

바깥에 서 있는 사람들은 그 기름냄새를 맡으면서 기다린다.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본다. 가끔 상인이 하나 맛을 보는 모습을 본다. 그 모습이 신뢰를 만든다. 자신이 만든 음식을 직접 확인한다는 것 자체가 품질의 보증이 된다.

반죽이 기름에 닿는 순간 색이 옅은 노란빛에서 시작한다. 그 다음 가장자리부터 갈색으로 물들고, 마지막에는 전체가 고르게 노릇해진다. 그 색의 변화를 지켜보는 몇 분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그 사이 콧속을 채우는 냄새 때문일 것이다.

이 과정은 백 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다. 기름의 온도 측정이 정확해졌을 뿐이다. 하지만 기본은 같다. 손과 경험. 그것만이 진짜 맛을 만든다.

SCENE 03 : 밤의 줄
▲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88 · 2025.12 / 사진 p911c4 · https://blog.naver.com/p911c4/224118387920 밤이 되어 컵에 담긴 튀김을 손에 쥐고 줄을 선 사람들, 지붕 아래 나무 의자에 나란히 앉아 저녁을 먹는 사람들. 종이컵과 은박 접시가 식지 않은 온기를 붙잡고 있습니다. 시장의 하루는 그렇게 늦게까지 이어집니다.

입안의 시간

빈대떡을 한 입 무는 순간, 여러 감각이 동시에 작동한다. 바삭한 겉질의 질감, 포슬포슬한 속의 질감, 고기와 채소의 맛, 양파절임의 신맛. 그것이 모두 한 순간에 입안에서 만난다.

겉과 속의 질감이 다르다는 것이 이 음식의 핵심이다. 겉은 이로 끊어내는 저항이 있고, 속은 순순히 무너진다. 그 대비가 크면 클수록 씹는 재미가 살아난다. 너무 오래 튀기면 속까지 딱딱해지고, 너무 짧게 튀기면 겉조차 무르다. 그 미묘한 균형을 매번 맞추는 것이 상인의 감각이다.

이것은 간단한 음식이다. 재료도 많지 않고, 만드는 과정도 복잡하지 않다. 하지만 그 단순함 안에는 백 년이 들어가 있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방식으로 수십 세대가 만들어 온 음식이다.

빈대떡을 삼키고 난 뒤에도 입안에는 여운이 남는다. 기름의 고소함이 가장 먼저 가시고, 그 다음 녹두의 은은한 단맛이 남는다.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양파절임의 새콤함이다. 그 순서가 매번 비슷하다는 것이, 이 음식이 오래 다듬어져 왔다는 증거일 것이다.

시장을 떠나며 입에 남는 것은 맛이 아니라 시간이다. 자신이 먹은 것의 역사에 대한 감각. 이것이 광장시장의 다른 점이다.

종이에 싸인 음식을 손에 들고 걸으면, 온기가 손바닥으로 전해진다. 그 온기가 식기 전에 먹어야 한다는 조급함이 오히려 이 음식을 더 맛있게 만든다. 식당에 앉아 천천히 먹는 것과는 다른, 걸으면서 나누는 이 급한 식사에도 나름의 즐거움이 있다.

광장시장은 상호 존재 속에서 살아난다. 손님이 있어야 가게가 살고, 가게가 있어야 손님이 온다. 그 관계가 백 년이나 계속되었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매 순간마다 그 관계를 선택했다는 의미다.

입안에 남은 맛은 단시간에 사라진다. 하지만 그 뒤에 남은 감각은 오래 간다. 이 자리에서 음식을 만드는 일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그 손이 얼마나 많은 것을 만들어 왔는지에 대한 감각. 그것이 가장 강한 미각이다.

반복되는 손의 기억

광장시장의 상인들은 대부분 오랫동안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일을 해왔다. 아버지가 하던 일을 아들이 잇고, 그 아들도 계속한다. 손의 움직임이 기억이 되고, 기억이 손의 움직임을 더 정확하게 만든다.

맷돌을 도는 손가락의 각도, 기름에 부을 때의 손의 높이, 양파를 절일 때의 손의 속도. 이 모든 것들이 정확해지려면 수십 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가르칠 수는 있지만, 몸으로 배우는 것은 또 다른 시간이 필요하다.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것과 몸으로 익혀야 하는 것은 다르다. 맷돌을 돌리는 속도는 말로 알려줄 수 있지만, 그 속도가 손에 붙기까지는 수없이 반복하는 수밖에 없다. 처음 배우는 사람은 반죽을 태우기도 하고, 너무 묽게 갈기도 한다. 그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비로소 손이 감각을 기억한다.

실패한 반죽과 태운 기름의 냄새도 그 배움의 일부였을 것이다. 지금 완벽해 보이는 손놀림 뒤에는,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서투른 시절이 있었다. 그 서투름을 지나야만 지금의 능숙함에 닿는다. 손님들은 완성된 결과만 보지만, 그 손은 실패의 기억까지 함께 쥐고 있다.

백 년 동안 그런 손들이 같은 자리에서 계속 움직였다. 손의 기억이 쌓이고, 그 기억이 맛이 되고, 그 맛이 사람을 부른다. 광장시장의 음식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사실 그 손의 역사를 먹고 있는 것이다.

시장 안에는 여러 세대의 손님도 섞여 있다. 어릴 때 부모를 따라온 기억으로 다시 찾아온 사람, 처음 이 냄새를 맡아보는 사람. 나이도 사연도 다르지만 접시 앞에서는 모두 비슷한 표정을 짓는다. 한 입 베어물고 나서야 나오는 그 짧은 감탄사가 이 골목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밤이 깊어질수록 냄새는 더 진해진다. 낮 동안 쌓인 기름의 향이 공기 중에 켜켜이 남아서일 것이다. 그 진한 냄새를 뚫고 마지막 손님이 자리를 뜨면, 비로소 하루의 반복이 끝난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같은 냄새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다.

광장시장의 장면과 감각은 2026년 여름과 초가을에 확인한 방문 기록에서 반복해 나타난 서술을 바탕으로 정리했다. 음식의 맛과 만드는 과정의 세부사항은 실제 관찰에서 비롯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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