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주말, 조용히 책 한 권을 들고 발걸음을 옮길 수 있도록 에디터의 취향을 담아낸 지도입니다.
성북동 나들이 코스 끝자락에 꼭 끼워 넣는 사람, 세계 고양이의 날에 맞춰 일부러 찾아간 사람, 여러 갤러리를 돌고 마지막으로 들른
창신동 절벽마을 가장 높은 자리, 중화요리 창창은 계단을 다 오른 사람에게만 문을 엽니다. 녹슨 철문과 홍콩 거리 표지판, 그 사이로
창신골목시장 안쪽, 벽을 가득 채운 방송 출연 사진과 연예인 사인이 말해 주는 집입니다. 창신동매운족발은 반반으로 매운맛과 안 매운맛
유모차를 밀고 왔던 사람이 사춘기가 된 딸과 다시 오고, 2년 전 가격표를 기억하는 사람이 오백 원 오른 아메리카노를 다시 주문합니다
청첩장을 보여주면 스파클링 와인을 내준다는 기록과, 혼자 온 손님이 바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는 기록이 같은 계단 끝에서 만납니다.
말랑이와 피규어를 구경하느라 지친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들르는 자리, 크레페마스터 동묘점입니다. 노란 외벽의 작은 가게에서 생크림 크레
할머니의 반상을 떠올렸다는 사람과, 무거운 나무 의자가 삐걱거렸다는 사람이 같은 오픈키친 다찌에 앉습니다.
주황색 외벽을 따라 계단을 오르면 테이블 간격이 유난히 넓은 고깃집이 나옵니다. 셀프바를 가운데 두고 둘러앉은 사람들의 저녁이 오래
30년 넘은 제작사와 독점 협업한다는 안경점입니다. 4만 원대부터 시작하는 균일가 정찰제라, 구경만 하려다 지갑을 열게 된다는 사람이
동묘앞역 9번 출구 근처, 동강주막호프는 날마다 바뀌는 제철 메뉴를 손글씨로 적어 둡니다. 오후 2시부터 문을 여는 낮술집이자 노포
중앙시장 강구안 초입, 같은 이름을 쓰는 두 매장이 나란히 붙어 그 자리에서 손질한 해산물을 내놓습니다.
창신동 언덕길을 오르다 보면 주택을 개조한 카페가 나타납니다. 도넛정수는 호랑이 캐릭터와 대나무, 그리고 통창 너머 서울 전경으로 기
일회용 컵도 빨대도 없는 노플라스틱 카페입니다. 바나나케이크는 자주 품절되고, 제철 과일이 바뀔 때마다 챙겨 먹으려는 사람들이 생깁니
서울숲 피크닉하러 포장하러 왔다는 사람과, 호텔 객실까지 배달시켰다는 사람이 같은 생연어김밥을 주문합니다.
방천시장 먹자골목 입구를 지키는 빨간 천막집입니다. 옛날통닭 한 마리 가격을 보고 다들 한 번씩 놀랍니다.
네이비색 모퉁이 건물 안에서 누군가는 캐치테이블 알림을 기다리고, 누군가는 하트 거울이 걸린 창가 자리에 앉고, 누군가는 뿌팟퐁커리
검정 바탕에 분홍 네온사인, 몽골타운 한복판에서 가장 늦게까지 불을 켜 두는 집.
노란 건물 2층, 계단 벽을 가득 채운 곰 포스터를 지나야 닿습니다. 파스타집 셰프가 차린 곰탕집이라는 말에 반신반의하던 사람들이 그
눕카페 맞은편 흰색 건물 3층에 루프탑 칵테일바가 있습니다. 같은 난간에 기대어 선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저녁 하늘을 찍어 갑니다.
내리막길 끝에 통창으로 남산뷰가 트인 2층이 있습니다. 같은 창가 자리를 두고도 어떤 사람은 특별한 저녁이라 적고, 어떤 사람은 그냥
초록 네온으로 쓴 간판 아래 빨간 등롱이 걸려 있습니다. 미국식 중화요리를 판다는 이 집 앞에서 발길을 멈춘 사람들의 시선을 겹쳐 봅
가파른 언덕을 올라야 닿는 회색 건물입니다. 브런치를 먹으러 온 사람과 와인을 마시러 온 사람이 같은 공간을 서로 다르게 기억합니다.
오늘 쓴 편지가 꼭 1년 뒤에 배달됩니다. 벽을 가득 채운 365칸의 편지함 앞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문장을 적고 돌아갑니다.
삼거리 벽돌 건물에 간판이 없습니다. 줄무늬 어닝과 야외 테라스만 보고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층에서 다른 저녁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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